2019. 12. 11. 15:56ㆍ카테고리 없음
중국 생태환경부 류여우빈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서울 미세 먼지의 주성분은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며 그 예로 지난해 11월 3~6일 발생한 ..
최악 미세먼지 덮친 날 4년간 전수조사해보니
중국 생태환경부 류여우빈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서울 미세 먼지의 주성분은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며 그 예로 지난해 11월 3~6일 발생한 고농도 미세 먼지 사례를 들었다. 당시 서울에서는 일평균 초미세 먼지(PM 2.5) 농도가 1㎥당 71㎍에 달했지만, 그 시기 대규모·고강도의 대기 이동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인 결과, 지난 11월 2일 중국 산둥성 지난시의 대기질지수(AQI)는 109로 '나쁨' 수준이었다. 당시 국립환경과학원은 "국외 미세 먼지의 영향이 3일 17.7%에서 4일 21%, 5일 23.6% 등으로 차츰 올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류 대변인 발언은 특정 사례를 아전인수 격으로 내세운 것"이라며 "때에 따라 비율이 다르지만 중국발 미세 먼지가 국내 미세 먼지 농도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건 과학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초미세 먼지 농도 측정을 시작한 2015년부터 올해까지 고농도 미세 먼지가 발생했을 때 중국 영향을 받지 않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에서 고농도 미세 먼지가 발생하기 직전엔 예외 없이 서해에 인접한 중국 도시의 공기 질이 나빠졌다.
본지가 국립환경과학원과 중국 생태환경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미세 먼지 농도가 높아지기 직전에는 서해를 통해 한반도와 마주 보고 있는 중국 산둥성의 미세 먼지 농도가 올라갔다. 서울의 초미세 먼지 일평균 농도가 1㎥당 129㎍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14일의 경우, 산둥성 성도(省都)인 지난(济南)시의 AQI는 328을 기록했다. 중국 기상 당국이 정한 공기 질 지수인 AQI가 300을 넘어서면 초미세 먼지 농도가 일평균 250~350㎍/㎥ 사이였음을 의미한다. 지난시의 AQI는 서울의 미세 먼지 농도가 나빠지기 하루 전인 10일부터 114로 올랐고 이어 11일 137→12일 206→13일 296으로 계속 오르다 14일 정점에 달했다. 베이징의 AQI 지수도 11일부터 135로 올라 12일 267, 13일 169 등으로 '위험'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15년 이후 서울시 고농도 사례(15건)에서 한 건의 예외 없이 발생했다.
중국의 공기 질이 나빠진 후 우리나라 미세 먼지 농도가 오르기 직전엔, 공장이 없고 차량 적은 '청정 섬'인 백령도의 미세 먼지 농도가 먼저 올라간다. 연평균 미세 먼지 농도가 22㎍/㎥에 불과한 백령도는 지난 11·12일 57㎍/㎥에서 13일 97㎍/㎥, 14일 120㎍/㎥으로 정점을 찍었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지난주처럼 전국의 미세 먼지 농도가 치솟는 초고농도 사례의 경우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 먼지의 양이 100이라면 이 중 20 정도가 서해에 떨어지고, 80가량이 한반도에 들어오는 모습을 위성사진 등을 통해 볼 수 있다"며 "이렇게 들어온 중국발 미세 먼지에 국내 배출량이 얼마나 더해지느냐에 따라 서울 등 도시 지역은 110~120을 오가고, 배출원이 적은 지방에서는 100 정도 미세 먼지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난해에 발생한 고농도 미세 먼지 사례마다 국외 영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환경부는 "최소 20%에서 최대 85%의 국외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발생 일수로 각 일자별 국외 영향 비율을 통계 내면 지난해 고농도 미세 먼지 사례 때 49%가 국외에서 넘어온 미세 먼지였다.
그런데도 류빙장 중국 생태환경부 대기국 국장은 21일 월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공기 질이 40% 이상 개선됐으나 한국의 공기 질은 그대로거나 심지어 조금 나빠졌다. 이것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라고 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대기오염 감소 조치를 내놓은 2013년 이후 중국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은 40% 이상 줄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중국의 미세 먼지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미세 먼지에 '한국산' '중국산' 꼬리표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출처를 알 수 있을까. 국립환경과학원은 오염 물질 배출량과 풍향·풍속 등 기상 자료를 바탕으로 미세 먼지 ..
미세 먼지에 '한국산' '중국산' 꼬리표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출처를 알 수 있을까. 국립환경과학원은 오염 물질 배출량과 풍향·풍속 등 기상 자료를 바탕으로 미세 먼지 출처를 분석하는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일종의 컴퓨터 프로그램인 이 모델에 특정 일자의 미세 먼지 관측 자료, 기상 상태, 우리나라와 중국의 미세 먼지 배출량 등을 입력하면 국외발 미세 먼지의 유입량이 계산돼 나온다. 이런 결과들을 바탕으로 전문 연구원들이 통합·분석해 최종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현재 환경과학원이 사용하고 있는 모델로는 정확한 출처를 알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넘어오는 고도별 미세 먼지양에 대한 관측 자료도 턱없이 부족하고, 중국이 정확한 오염 물질 배출량을 공개하지도 않는다"면서 "정부 모델에 따른 분석은 그야말로 추정치일 뿐 중국에선 절대 인정하지 않을 자료"라고 했다.
중국발 미세 먼지양을 추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점점 늘어나는 점도 출처 파악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지금의 미세 먼지 출처 분석은 중국발 오염 물질이 우리나라 오염 물질에 비해 황산화물 농도가 높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미세 먼지 원인 물질로 황산화물과 질산화물이 있는데, 황산화물은 석탄 연료 연소 시 주로 발생하고 질산화물은 경유차 등 내연기관에서 주로 발생한다. 우리나라에 비해 중국은 석탄 연료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대기 중에 황산화물 수치가 급증하면 중국 등 외국에서 들어온 물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석탄 발전량을 줄이면서 오염 물질 비율이 우리와 중국이 유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허국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서남단에 위치한 백령도 관측소에서 오염 물질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이 관측되면 국내 배출량보다 국외 유입량이 더 영향을 많이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건너오는 미세 먼지를 막기 위해 서해상에 인공비를 내리는 실험이 이번 주 실행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에서 미세 먼지 특단..
중국에서 건너오는 미세 먼지를 막기 위해 서해상에 인공비를 내리는 실험이 이번 주 실행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에서 미세 먼지 특단 대책과 창의력 발휘를 주문하며 "인공강우, 고압분사 등 새로운 방안도 연구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22일 열린 제3차 한·중 환경협력 국장회의에서 우리 측 수석 대표인 황석태(오른쪽)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과 중국 측 수석 대표인 궈징 생태환경부 국제합작사 사장이 참석했다. /오종찬 기자
기상청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오는 25일 서해상에서 올해 첫 인공강우 실험을 시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실험에는 지난 2017년 126억원을 들여 도입한 기상 항공기를 투입하기로 했다. 미세 먼지 해결을 위한 인공강우는 해외에서는 때때로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국내 사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간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인공강우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여서 실패 가능성이 큰 데다, 겨울철 고농도 미세 먼지 사례는 바람이 잔잔하고 맑은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있을 때 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공중에서 요오드화은(AgI)을 떨어트려 주변 구름을 모으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인공강우는 구름이 없는 맑은 날씨에는 시행할 수 없다.